네트워크 엔지니어로 패킷이 지나는 모든 길을 설계하며

네트워크를 도시의 도로에 비유한다면, 당근 네트워크팀은 패킷이 지나는 모든 길을 만들고 지키는 사람들이에요. 사용자가 당근에 접속해 서버까지 가는 길부터, 구성원이 오피스에서 클라우드에 접근하는 길까지 맡고 있어요.
길을 설계하고, 막히는 곳을 뚫고, 누가 지나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검문소도 세워요. 이미 많은 데이터가 오가는 길이라도 더 나은 구조가 있다면 다시 설계하고,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트래픽을 조금씩 새로운 길로 옮겨요.
이번 글에서는 데이빗과 로난을 만나 당근의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패킷이 지나는 모든 구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는지 들어봤어요.
Q. 반갑습니다!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David: 네트워크팀 리더 데이빗입니다. 당근에 합류한 지 4년쯤 됐고, 당근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동작하기 위한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오피스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보안까지 팀에서 함께 책임지고 있어요. 팀의 방향을 잡으면서 설계와 운영 실무도 직접 챙기고 있고요.
Ronan: 안녕하세요, 네트워크 엔지니어 로난입니다. 합류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네요. 당근의 서비스가 돌아가는 클라우드 네트워크부터 사내 유무선 네트워크, 방화벽과 VPN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요.
Q. 두 분 모두 이전에도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일하셨잖아요. 당근에서는 어떤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고 합류하셨나요?
David: 포털사와 메신저 기업에서 서비스 네트워크와 오피스 네트워크를 오래 경험했어요. 포털 메인 페이지는 잠깐만 멈춰도 손실이 어마어마하니까, 엔터 하나에도 무게가 실리는 환경에서 단련됐죠. 다만 두 회사 모두 온프레미스 환경이라 클라우드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당근은 처음부터 클라우드 환경에서 성장한 기업이기도 하고, 자율과 책임의 문화 안에서 업무 스코프를 넓게 가져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키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환경이요. 실제로 지금도 그렇게 일하고 있고요.
Ronan: 저는 첫 회사가 데이터센터, IDC를 운영하는 곳이었어요. 이후에는 오피스 네트워크를 주로 담당했는데, 무선이나 보안 같은 영역은 일부만 경험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당근 공고를 봤는데 하는 일이 제일 다양했어요. 클라우드 네트워크부터 제가 경험해온 오피스 네트워크까지 모두 다루고 있었거든요.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의 폭을 넓혀보고 싶어서 당근을 선택했습니다.
Q. 당근 네트워크팀은 업무 스코프가 넓다고 들었어요. 어디까지 맡고 있나요?
Ronan: 이런 구조가 흔한 건 아니에요. 보통은 영역마다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고, 클라우드 네트워크는 SRE·DevOps 조직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당근은 네트워크 전문성을 가진 팀이 서비스와 클라우드부터 오피스 네트워크, 네트워크 보안까지 폭넓게 맡고 있어요.
오피스에서는 네트워크 보안과 유·무선 환경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클라우드에서는 네트워크 설정을 코드로 관리하기도 해요. 한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환경을 오가며 일하고 있어요.
David: 한마디로 하면 패킷이 지나가는 모든 구간을 담당한다고 보면 돼요. 사용자가 당근 서비스에 접속해 서버까지 가는 경로부터, 구성원이 오피스에서 AWS망에 접근하는 경로까지요.
네트워크를 잘 모르시는 분들께는 도시의 도로를 만드는 일이라고 소개해요. 길을 설계하고, 막히면 뚫고, 누가 지나가도 되는지 확인하는 검문소도 세우는 거죠. 그래서 저희끼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잘하면 아무도 모르고,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아는 일이라고 말해요. (웃음)
Q. 네트워크 보안까지 함께 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어요. 네트워크팀은 이 영역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Ronan: 앞에서 네트워크를 도시의 도로에 비유했잖아요. 길을 만든다면 누가 지나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검문소도 필요해요. 네트워크 레이어에서 어떤 트래픽을 허용하고 막을지 설계하고 운영하는 일도 저희가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클라우드 환경에 AWS Network Firewall을 도입하면서 외부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트래픽을 더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었고요.
오피스 네트워크에서는 제로트러스트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인프라 보안을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어요. 해외 사업이 늘면서 구성원들의 해외 출장도 잦아지고 있는데요. 해외에서도 안전하게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SASE 네트워크 보안 서비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결국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뿐 아니라, 그 위로 오가는 트래픽이 어디서든 안전하게 흐를 수 있도록 만드는 것까지 저희가 맡고 있는 네트워크 보안의 영역이에요.
Q. ‘잘하면 아무도 모르고,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아는 일’이라고도 하셨잖아요. 이 말이 되게 인상적인데요.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David: 잘 돌아갈 때는 존재를 의식하지 않지만, 문제가 생기면 서비스나 업무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에요. 네트워크가 잘 연결되어 있는 상태는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많은 사람이 바로 체감하게 되거든요.
Q. 그럼에도 계속 이 일을 하게 만드는 재미는 뭘까요?
Ronan: 저는 네트워크를 처음 배울 때부터 길을 만드는 게 재미있었어요. 제가 만든 길로 데이터가 지나다니고, 또 다른 길로도 보내보면서 데이터가 내가 설계한 도로 위를 움직인다는 데서 희열을 느꼈어요. 그 재미로 네트워크 엔지니어를 시작했고, 지금도 비슷한 것 같아요.
David: 저도 비슷해요. 잘 돌아가는 네트워크는 눈에 띄지 않지만, 더 나은 구조를 설계하고 실제로 바꿔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있어요. 특히 서비스 규모가 커질수록 작은 변화 하나가 수많은 트래픽에 영향을 주잖아요. 그걸 계산하고 설계해서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길로 바꿔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Q. 여러 영역을 동시에 다루다 보면 무엇에 집중할지 정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네트워크팀만의 일하는 방식이 있을까요?
David: 저희는 2주 단위 스프린트로 일해요. 제품팀에서 엔지니어가 일하는 방식을 참고해서 제가 리더가 된 뒤 도입했어요. 이전에는 해야 할 일들이 각자의 머릿속에 흩어져 있어서 팀 전체의 우선순위를 한눈에 보기 어렵더라고요.
네트워크팀은 갑자기 들어오는 일이 많다 보니 우선순위가 계속 바뀌기 쉬워요. 그래서 2주 동안 집중할 일을 미리 정하고, 급한 장애가 아니라면 중간에 다른 일이 끼어들지 않도록 해요. 서로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훨씬 잘 보이게 됐고요.
Ronan: 실제로 해보면 훨씬 덜 흔들려요. 예전에는 눈앞에 새 일이 들어오면 먼저 잡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스프린트가 뼈대가 되어주거든요. 대신 업무 경계는 따로 긋지 않아요. 누구든 전 영역을 경험하고 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팀 원칙이에요. 동료가 자리를 비웠을 때도 “그건 제 담당이 아니라서요”라고 하지 않는 거죠. 자연스럽게 다양한 영역을 배우게 돼요.
Q. 지금 팀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도 궁금해요.

David: 전사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다시 그리고 있어요. 당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구조를 지금의 규모에 맞게 다시 살펴봐야 할 숙제들이 생겼거든요. 지금은 그걸 하나씩 풀어가면서 클라우드 네트워크 전체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있어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캐나다의 환경까지 함께 바꿔야 하는 큰 작업이라 처음부터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고요.
설계에만 1년 넘게 투자했어요. 비용 효율성과 네트워크 보안을 더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여러 차례 테스트하고, 유관 부서와 함께 적합성을 검토했죠. 지금은 완성된 설계를 바탕으로 서비스 영향이 적은 리전부터 실제 운영 트래픽을 전환하고 있어요.
Ronan: 저는 그 과정에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클라우드 네트워크와 오피스 네트워크를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일을 맡고 있어요. 새로운 기술을 검토하면서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맡게 됐고, 지금은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실제 운영 트래픽을 안전하게 전환하고 있어요.
Q. 최근에 팀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기억에 유독 남은 일은요?
David: 가장 기억에 남는 건 AWS에서 GCP로 오가는 넷플릭스 FHD 영상을 약 6,000명이 동시에 시청하는 정도 규모의 트래픽을 새로운 경로로 옮긴 마이그레이션이에요. 안정적인 전환이 중요한 구간이라 두세 달 동안 충분히 설계하고 테스트한 뒤, 트래픽을 단계적으로 옮겼어요.
결과적으로 대역폭은 기존보다 3배로 늘리고, 해당 구간에서 발생하던 비용도 절반가량 줄일 수 있었답니다. 이미 차가 달리고 있는 도로를 멈추지 않은 채 옆에 새 도로를 만들고, 차선을 하나씩 옮긴 셈이에요. 아무 일 없이 다 옮기고 나면 티가 안 나지만, 저희는 그게 얼마나 큰 일인지 아니까요. (웃음)
Q. 이런 큰 변경을 할 때는 무엇보다 안전하게 바꾸는 방식이 중요할 것 같아요.
David: 맞아요. 네트워크는 변경하는 순간에 장애가 많이 나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해요. 더 나은 구조가 보인다고 한 번에 바꾸는 게 아니라, 충분히 테스트하고 작은 범위부터 조금씩 옮겨가요.
반복되는 운영은 최대한 자동화하려고 해요. 장비나 설정을 하나씩 손으로 관리하기보다 IaC처럼 코드로 관리하고, 필요한 도구도 직접 만들어요. 위험한 변경은 더 신중하게 하고 반복되는 일은 시스템으로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필요한 도구도 직접 만들고, 그 과정에서 AI도 활용한다고요.
Ronan: 네. 클라우드 네트워크, 네트워크 보안, 오피스 네트워크까지 다루다 보니 이걸 전부 손으로 운영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팀 환경에 맞는 도구를 직접 만들어요. 사실 저는 학생 때 개발이 안 맞아서 포기했던 사람인데요. 지금은 AI의 도움을 받으면서 필요한 걸 훨씬 빠르게 만들어볼 수 있잖아요. 팀에 필요한 도구가 있으면 일단 만들어봐요. 제가 만든 도구는 애착이 가서 계속 키우게 되더라고요. (웃음)
David: 대표적인 게 네트워크 상태를 지켜보는 모니터링 도구예요. 보통은 상용 제품을 사서 쓰지만, 저희 환경에 맞는 기능이 필요해서 직접 만들고 있어요. 네트워크 정보를 조회하고 분석하는 플랫폼도 만들었어요. 예전에는 다른 부서에서 특정 IP에 대해 문의가 오면 저희가 직접 찾아서 답해야 했는데, 이제는 필요한 정보를 바로 조회해서 활용할 수 있어요. 네트워크팀이 만든 제품을 다른 부서에서도 쓰게 된 거죠. 이런 경험이 쌓이면 시야도 달라져요. 장비를 운영하는 사람에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요.
Q. 매력적인 점은 많이 들었는데, 반대로 당근 네트워크팀에서 일하면서 솔직하게 어려운 점도 있을까요?

David: 새로운 걸 계속 다뤄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익숙한 영역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 오피스, 보안, 개발까지 계속 시야를 넓혀야 하니까요. 또 여러 솔루션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는 만큼, 지금의 문제만 해결하는 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앞으로의 비즈니스까지 고려해 병목 없이 유연한 구조를 설계해야 해요. 이런 고민이 늘 어렵지만, 그만큼 엔지니어로서 해볼 수 있는 일도 확실히 많아진다고 생각해요.
Q. 그러면 어떤 경험과 성향을 가진 분이 당근 네트워크팀과 잘 맞을까요?
Ronan: 저도 처음부터 다 갖추고 온 건 아니었어요.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 등을 다양하게 경험하지 못한 상태로 합류했지만, 지금은 클라우드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요.
새로운 기술과 영역을 계속 경험하면서, 서로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분이면 좋겠어요. 주어진 제품을 그대로 운영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우리 환경에 맞게 조합해서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걸 즐기는 분이라면 해볼 게 정말 많아요.
David: 맞아요. 클라우드, 오피스 네트워크, 보안, 개발을 모두 해본 분을 기다리는 건 아니에요. 다만 네트워크 기본기와 클라우드 환경에서 실제로 네트워크를 운영해본 경험은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보안이나 개발처럼 아직 깊게 해보지 못한 영역은 합류한 뒤 얼마든지 넓혀갈 수 있어요. 제가 중요하게 보는 건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어렵다고 멈추기보다, “이렇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먼저 생각해보는 태도예요.
Q. 인터뷰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가장 궁금해하시나요?
David: 결국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에요. 어떤 문제를 만났고, 그 상황에서 무엇을 확인했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듣고 싶어요. 정답 하나를 맞히는 것보다 문제를 어떤 순서로 풀어가는지를 더 중요하게 봐요. 그리고 네트워크를 바꾸는 일이 실제 회사에 어떤 가치를 가져오는지까지 생각하는 분이면 더 좋고요. 운영 비용을 줄이거나, 운영 리소스를 아끼거나, 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처럼요.
평소에 새로운 걸 얼마나 궁금해하는지도 보고 싶어요. 불편한 게 있어서 직접 자동화해봤다든지, 새로운 기술을 궁금해서 써봤다든지, AI로 작은 걸 만들어봤다든지. 스스로 궁금해서 해본 이야기가 있으면 듣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네트워크팀이 만들고 싶은 모습은요?

Ronan: 새로운 기술을 계속 배우고, 직접 적용해보면서 더 나은 구조를 만들어가는 팀이면 좋겠어요. 저도 당근에 와서 클라우드를 하나씩 배우며 지금의 일을 맡게 됐는데요. 앞으로도 각자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가는 팀이었으면 해요.
David: 장기적으로는 사용자들이 안전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면서, “당근 네트워크팀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업계에서 듣는 팀이 되고 싶어요. 이를 위해 지금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다시 만들고 있고, 앞으로는 에이전트 기반의 네트워크 운영도 해보고 싶어요. 네트워크의 맥락과 데이터를 잘 정리해 에이전트가 운영을 도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더 나아가 개발이나 직접 장비를 만들어보는 연구개발까지 할 수 있는 팀을 그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