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가장 당근다운 문법으로
당근의 채용 홈페이지가 조금은 낯선 모습으로 새로이 문을 열었습니다.
검색창에 무심코 '당근 채용'을 검색해 들어오신 분이라면, 무언가 달라졌다는 걸 바로 느끼셨을 거예요. 당근 하면 익숙하게 떠오르는, 서로를 향해 다정히 인사하는 이웃들. 보고 있으면 귀여워서 웃음이 나던 당근이 캐릭터. 그 대신 '하이퍼로컬, 가장 거대한 현장'이라는 메인 카피로 시작하는, 어딘가 비장한 화면이 펼쳐지죠.
오늘은 당근이 채용 홈페이지를 새롭게 구축한 비하인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당근이 일하는 방식과 우리가 찾는 동료까지, 우리가 우리를 다시 정의해낸 과정을요. 기억을 되짚어, 그 고민이 처음 시작된 곳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밖에서 본 당근, 안에서 본 당근
당근에서 일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어떤 모습이 떠오르세요?
아마 당근의 서비스 이미지가 먼저 겹치면서, 따뜻하고 다정한 분위기만을 머릿속에 그리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 인상은 채용 시장에서 '당근이라는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동일시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보는 당근과 안에서 일하는 당근 사이에는 사실 두 가지 간극이 있었어요.
첫 번째는 '일하는 방식'이었어요. 당근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동료들은 '생각과 달라 적잖이 놀랐다'라고 줄곧 말하곤 해요. 막상 와 보니 그렸던 이미지보다 훨씬 치열하게 일하고 있더라는 거죠. 사실 서비스로 전하는 그 따뜻한 동네의 연결도, 이면에서 사용자 경험을 위해 집요하게 고민한 구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두 번째는 당근이 '하는 일' 그 자체였어요. '당근하다'가 중고거래의 다른 이름처럼 쓰일 만큼, 여전히 당근을 중고거래 앱으로 기억하시는 분이 많았어요. 하지만 중고거래는 하이퍼로컬의 시작점이었을 뿐, 지금의 당근은 커뮤니티, 구인구직, 비즈니스, 금융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로 ‘로컬의 모든 것을 연결해 동네의 숨은 가치를 깨운다’는 비전을 이루어가고 있거든요.
좋은 채용 브랜딩이란, 그저 많은 사람에게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비춰지는 게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문화를 제대로 알고 나면 누군가는 지원하고 누군가는 지원하지 않을 텐데, 그렇게 맞는 사람이 제대로 합류하는 게 훨씬 중요하니까요. 그러려면 밖에서 보는 당근과 안에서 일하는 당근을 같은 자리에 놓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인식을 맞추려니, 처음부터 난관을 맞닥뜨렸어요. 정작 우리부터가 당근이 어떻게 일하는 조직인지 한 문장으로 명쾌하게 말하지 못했거든요. 늘 치열하게 일해왔지만 그 구체적인 방식은 어딘가 추상적인 채로 각자의 머릿속에만 흩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지난 몇 달,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건 '당근은 대체 어떻게 일하는 조직인가'를 정의하는 일이었어요. 내부 구성원들을 만나 어떻게 일하고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묻고, 당근에 대해 가장 알리고 싶은 게 뭔지 들었습니다. JD를 한 글자 한 글자 들여다보고, 채용 인터뷰에서는 후보자들이 당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집요하게 듣고, 전사 올핸즈에서 어떤 문화가 오르내리는지까지 하나하나 정리했어요.

그렇게 모인 이야기를 매일 밤까지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빼곡히 적어 내려갔습니다. 추리고 또 추리다 보니, 누구의 입에서나 똑같이 나오는 키워드 두 개로 좁혀졌어요. 당근이 지난 10년 넘게 지켜온 가치이기도 했죠. 바로 '소수정예'와 '경계 없음'이었습니다. 처음 정의한 단어이지만, 당근이 일하는 방식을 무엇보다 잘 설명해주는 단어. 낯설지만 너무나 익숙한 두 키워드.
소수정예 팀의 경계 없는 몰입, 그리고 빌더(Builder)
'소수정예'와 '경계 없음'.
이 두 키워드가 왜 당근의 일하는 방식을 대표하는지 조금 더 풀어볼게요. 당근은 서비스 규모 대비 적은 인원으로 일하는 팀입니다. 누적 가입자 4,300만 명 이상의 서비스를 500명 남짓이 만들어가고 있거든요. 비슷한 규모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들과 견주면 놀랄 만큼 적은 인원 수인데, 정작 밖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모습이죠.
다만 '소수정예'란 그저 사람 수가 적다는 뜻만은 아니에요. 오히려 인재밀도가 높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한 사람이 맡는 일의 폭이 넓은 만큼, 그가 내는 임팩트도 크니까요. 불필요하게 인원을 늘리지 않는 건 당근의 시작부터 이어진 기질이에요. 여담으로, 당근의 전신은 'N42'라는 이름이기도 했어요. 서비스가 아무리 커져도 초기 스타트업처럼 42명 선의 밀도를 유지하자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었죠.
당근에는 직군 간 '경계'도 없습니다. 작게 시작한 회사다 보니, 제품 하나를 한두 명이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모든 직군이 갖춰진 '완전체' 팀이 오히려 드물죠. 그러다 보니 직군 사이의 선이 자연스럽게 흐려져요. 백엔드가 프론트엔드를, 프론트엔드가 모바일을 직접 손대고, 디자이너가 PM처럼 움직이고, PM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엔지니어가 사용자를 만나러 나가 리서치를 하고,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엔지니어링 시야를 갖추고 일하기도 하죠.
사실 이건 기존 채용 공고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어요. 당근의 어느 팀 JD에서나 '직군의 경계를 넘어'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거든요. 한 공고는 이렇게 적혀 있을 정도입니다.
"모두가 PM이 되고, 모두가 리서처가 되어 고객의 문제에 집착해요. 직군의 경계를 넘어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직접 실험하며, 그 결과로부터 배워나가요.”
특히 요즘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 그 경계가 한층 더 흐려지고 있어요. 직군을 가로지르는 '프로덕트 엔지니어' 같은 호칭이 자리 잡고, AI를 일하는 방식 전반에 빠르게 들이면서, 한 사람이 다룰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졌거든요. 예전이라면 다른 직군의 손을 빌려야 했던 일도, 이제는 AI와 함께 직접 해내곤 하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건, 내 일이 어디까지인지 따지기보다 더 나은 제품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뛰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근의 구성원을 정의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단어가 등장해요. 바로 '빌더(Builder)'입니다.
흔히 IT 업계에서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을 '메이커'라고 불러요. 디자이너, 엔지니어, PM처럼 직접 제품을 만들어내는 직군을 폭넓게 묶는 말이죠. 익숙하고 좋은 표현이지만, '만든다'를 넘어서는 당근 구성원의 일하는 방식을 설명하기엔 부족했습니다. '메이커'는 결국 '무엇을 만드는 직군인가'를 가리키는 말이라, 지금까지 이야기한 당근 구성원의 모습(소수정예로, 경계 없이, 스스로 빠져들어 짓는)까지는 담아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구성원을 '빌더'로 정의했습니다. 사실 이 정의는 당근이 작년에 진행한 해커톤 '빌더스 캠프'에서 싹트기도 했어요. 빌더는 단순히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없는 것을 0에서 1로 짓는 사람이에요. 로컬이라는 현장을 '개발거리'로 바라보며 흥미를 느끼고, 맡은 자리를 넘어 제품의 성장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도전하는 사람이죠. 주도적으로 시작해 끝까지 책임지고, 정답 없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만들어내는 기질에 가깝습니다.
따뜻함에서 뜨거움으로
'소수정예', '경계 없음', '빌더'. 이렇게 세 단어로 우리를 다시 정의하고 나니, 그다음 차례는 이 정체성을 어떤 언어와 태도로 말할지였습니다. 통합 인터널 브랜딩의 관점에서 그 기준부터 새로 세워야 했죠.

당근의 따뜻한 서비스 이미지는 채용에서 종종 '편한 회사'라는 오해로 작동해 왔어요. 당근 안에서 구성원 각자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하는데, 그 정체성을 설명할 공통의 언어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통합 인터널 브랜딩의 첫 원칙을 내·외부의 이원화, '따뜻함에서 뜨거움으로'로 잡았습니다.
유저에게 닿는 서비스의 언어는 따뜻하고 다정하게(Warm & Friendly) 동네의 일상과 이웃의 연결을 이야기하되, 채용과 문화의 언어는 하이퍼로컬을 치열하게 짓는 빌더십(Fierce)을 이야기하기로요. 같은 회사의 두 얼굴이 아니라, 닿아야 할 대상에 따라 다르게 말해야 할 두 개의 언어라고 봤거든요.
그리고 이 원칙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낼 첫 접점이 바로 채용 홈페이지라고 봤습니다. 그동안은 기업 홈페이지가 채용까지 겸하다 보니, 당근의 인재상과 채용 철학이 또렷하게 전해지기 어려웠거든요. 마침 그 기준을 새로 세우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채용 홈페이지의 역할은 트리거인 동시에 필터라고 생각해요. 당근의 치열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이를 즐길 수 있는 지원자를 끌어당기는 동시에, 맞지 않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다른 선택지를 고르도록요. 좋은 회사라고 설득하는 대신 우리가 어떤 문제를 푸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조직을 멋지게 포장하기보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편이 결국 더 좋은 매칭을 만든다고 믿었거든요.
당근이 채용 접점에서 정면으로 받아온 오해를 구체적으로 짚어보면 크게 세 가지였어요.

그리고 이 오해를 한 번에 뒤집으려고 꺼낸 문장이 바로 '하이퍼로컬, 가장 거대한 현장'입니다. 당근은 동네를 개발거리가 넘쳐나는 현장으로 본다는 선언이죠. 가장 가깝고 작은 골목일수록, 실은 가장 복잡하고 거대한 문제가 얽혀 있다고요. 이 한 줄이 이후 모든 결정의 기준이 됐습니다.
로컬 인프라를 짓는, 빌더들의 워크사이트
그래서 채용 홈페이지 전체를, 동네 한가운데서 로컬 인프라를 짓는 빌더들의 워크사이트로 구현했습니다. 구성원의 오피스 근무 컷을 나열하는 익숙한 문법 대신, 동네를 바라보는 지향점 자체를 새로 그리기로 한 거죠. 출발점은 '빌더의 시선'이었어요. 평범한 골목에서도 데이터의 흐름과 풀어야 할 문제가 보이는, 동네를 개발 현장으로 읽는 눈이요.

홈페이지를 채우는 메시지도 서비스에서 써온 따뜻하고 둥근 단어들 대신, 현장의 언어로 새로 골랐습니다. 개발거리, 현장, 로컬, 빌더. '동네'도 작고 친근한 단어가 아니라, 100m 앞에서 부동산·커머스·금융·모빌리티가 교차하는 거대한 현장으로 다시 번역했죠. 일하는 방식을 이야기할 때도 "우리는 이런 회사예요"라고 선언하는 대신, 현업의 실제 목소리로 보여주는 쪽을 택했고요.
비주얼도 같은 시선에서 출발했어요. 익숙한 골목 위에 개발거리의 레이어를 덧씌워, 이 안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얽혀 있는지를 드러냈죠. 아기자기함이나 귀여움, 일하는 장면을 연출한 컷 같은 클리셰는 걷어냈습니다.
그리고 이 시선을 인터널 브랜딩의 모든 접점에서 같은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화했어요. 누구를 담고, 어떻게 그리고, 어떻게 배치할지까지, 어느 화면에 놓여도 한 세계로 읽히도록 규칙으로 묶은 거죠. 채용 홈페이지를 넘어 오피스·굿즈까지 한 세계로 확장될 수 있도록요.

이 원칙들이 사이트 각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는지, 이제 하나씩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 화면(히어로)의 역할은 선언이었습니다. '하이퍼로컬, 가장 거대한 현장' 한 줄로 태도를 분명히 하고, 이를 짧은 영상으로 풀었어요. 오피스에서 업무에 몰입하던 빌더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동네 한복판으로 걸어 나가요. 그리고 그 골목은 프로덕트 오브제가 부유하는 하이퍼로컬 현장으로 펼쳐지죠. 오피스에서 현장으로 넘어가는 이 시선의 이동에, 현장으로 나가는 빌더도 부유하는 개발거리도 모두 담았고요. 방문자가 사이트에 들어선 0초에 "당근은 오피스가 아니라 동네를 현장으로 본다"는 태도가 먼저 가닿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로컬의 질문들'은 우리의 진짜 고민을 그대로 꺼내 보인 자리입니다. 메시지에는 날것의 현업 목소리를 담고 싶어서, 채용팀이나 브랜딩팀이 그럴듯하게 써넣는 대신 각 팀에 직접 부탁드렸어요. 지금 당근의 빌더들이 현장에서 사용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풀고 있는 문제들을 그대로 길어올린 거죠. 비주얼은 이 고민을 시각화했어요. 빌더가 책상에 앉아 있지만 그 곁으로 프로덕트 오브제가 떠다녀요. 자리에 앉아서도 머릿속엔 늘 동네의 개발거리가 떠 있다는 걸, 중력 없이 떠다니는 개발거리로 풀어낸 겁니다. 실제 난제를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그러면서도 살짝의 위트를 더해서요.

팀 문화 영역에서는 일하는 방식을 현장의 순간들로 담아냈습니다. 강한 자연광과 동네 현장의 물성, 그리고 포즈를 잡은 얼굴이 아니라 일에 빠진 순간으로, 다섯 가치를 각각 한 컷에 압축했죠. 이를테면 '유저 임팩트'는 빌더를 오피스가 아니라 거리 한복판에 앉히고, 앞으로 행인들이 흐릿하게 스쳐 지나가게 했어요. "사용자가 기준"이라는 말을, 수천만 유저 사이에서 일하는 한 컷으로 보여준 거예요.

프로덕트를 그려낸 에셋도 이스터에그처럼 사이트 곳곳에 숨어 있어요. 하이퍼로컬 현장 속에서 사이트를 둘러보다 불쑥 마주치도록 심어둔 장치죠. 중고거래, 동네지도, 커뮤니티, 페이, 로컬 비즈니스, 광고, 부동산, 커머스, 중고차, 알바까지. 당근이 동네에서 짓고 있는 10개의 현장을 하나씩 사물로 옮긴 에셋입니다.
슬리퍼를 끌고 집 앞으로 곰인형을 거래하러 나서는 중고거래, 우리 동네 사람만 아는 단골 카페와 병원 정보가 담긴 동네지도, 전봇대에 붙이던 구인 전단을 그대로 들여온 알바처럼요. 모두 당근 앱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듯, 실제 앱 UI를 모티프로 새로 3D 작업한 결과물이에요. 중고거래를 넘어, 하이퍼로컬 현장 곳곳에서 빌더들이 몰두하는 문제들까지 눈에 보이게 담고 싶었거든요.
스튜디오도 에이전시도 없이, 100% AI로
이 비주얼은 전부 외부 에이전시 없이 100% AI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핵심적인 선택이었어요. 이 홈페이지는 우리의 지향을 선언하는 곳이라고 봤거든요. '동네를 개발 현장으로 보는 빌더의 시선'은 관점이고, 관점은 사진으로 찍을 수 없으니까요.
떠다니는 건물도, 골목 위에 겹친 데이터 레이어도 실사로는 VFX 없이 불가능한 장면이고요. AI는 이 상상을 그대로 이미지로 만드는, 메시지에 가장 정확히 맞는 매체였습니다. 도구가 컨셉을 따라오게 한 게 아니라, 컨셉이 도구를 고른 거죠. 그렇다고 버튼 한 번에 이 장면들이 나온 건 아니에요. 막상 만들어 보니, 완성도 높은 이미지는 요즘 누구나 10초면 만들더라고요. 어려운 건 의도에 정확히 맞게 만드는 것이고, 더 어려운 건 그 의도 자체를 날카롭게 다듬는 일이었습니다.
AI는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만큼 모든 걸 결정해야 하는 매체라, '현장의 모습'이라는 막연한 한 단어에서 멈추지 않고 컬러·얼굴·헤어·표정·앵글·빛까지 규칙에 따라 끝까지 쪼개 정해야 했어요. 오후 2~3시의 그 빛 하나, 땀이 밴 듯 촉촉한 피부 톤 하나를 잡기까지 수없이 떠듬거린 이유예요.

그런데 작업마다 난이도가 극과 극이었습니다. 어떤 건 허무할 만큼 쉬웠고, 어떤 건 끝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가장 수월했던 건 프로덕트 아이콘 10종이었어요. 기존 당근 에셋에 같은 방향의 프롬프트를 입히니, 흙 묻은 집·종이 전단 같은 실사 물성이 거의 뚝딱 나왔죠. 프로세스는 단순했는데 결과물의 완성도는 높았죠. 방향만 정확하면, AI가 가장 빛나는 순간입니다.

반대로 가장 어려웠던 건 세 사람이 함께 논의하는 장면이었어요. 처음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죠. 프롬프트로 요청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얼굴이 나오고, 셋 다 제각각 딴청을 부리고, 누군가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멀뚱히 서 있기도 했고요. 아쉬운 컷 하나에 처음부터 다시, 또 다시. 세 사람의 구도와 시선, 표정 연기, 착장까지 모든 박자가 한 번에 맞아떨어지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거든요.
나중엔 방법을 바꿨습니다. 잘 나온 컷들을 콜라주하듯 짜깁고, 수정에 최적화된 다양한 모델들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합성한 뒤, 착장과 표정, 배경 요소를 조금씩 튜닝하는 식으로요.
특히 이 컷은 스크롤에 따라 가로형에서 정방형으로, 세 사람에서 한 사람으로 포커스가 좁혀지는 자리였어요. 그래서 어느 비율, 어느 순간에도 구도가 안정적이어야 했죠. 눈높이를 벗어나 아래에서 올려다본 역동적인 앵글, 동네를 개발거리로 바라보는 진지하면서도 반짝이는 표정, 꾸민 듯 안 꾸민 착장까지. 이 조건들이 한 컷 안에 전부 맞물린 것만 살아남았습니다.

대부분의 컷은 그 사이 어딘가, 여러 겹을 따로 만들어 포개는 합성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배경이 투명한 루핑 영상도 인물은 Midjourney로 뽑아 Nano Banana Pro와 GPT Image 2로 디테일을 다듬고, 책상과 떠 있는 오브제는 각각 따로 만들었어요. 이 조각들을 Photoshop에서 하나로 합성한 뒤, 그린스크린을 깔아 Kling으로 움직임을 입히고 After Effects에서 마감했죠. 한 컷에 대여섯 개의 도구를 오간 셈이에요.

그런데 정작 이 과정에서 배운 건 '어떤 도구를 어떻게 썼나'가 아니었습니다. 두 달을 쏟는 사이 모델이 계속 새로 나오고 바뀌었거든요(Midjourney가 7에서 8.1까지, 그사이 GPT Image 2도 등장했고요). 그리고 그때마다 작업 효율이 확 올라갔죠. 진짜 자산은 고정된 프롬프트나 특정 모델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도구를 하나 붙들고 방망이 깎듯 파기보다, 최신 도구를 빠르게 테스트하고 흡수하는 편이 나았어요. 끝까지 고정해야 할 건 도구가 아니라 방향과 기준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캐스팅도, 장소 헌팅도, 섭외도 없이 전통적인 촬영 프로덕션을 사실상 통째로 건너뛴 작업이었어요. 촬영이었다면 크롭과 보정이 마지막이었겠지만, AI는 끝없이 수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어서 좀처럼 멈추기 어려웠어요. 그게 이 도구의 가장 큰 강점이자 동시에 함정이더라고요. 어디서 멈출지를 정하는 것까지도, 결국 그 기준의 몫이었습니다.
그리고 단 한 명의 브랜드 디자이너가 기획부터 모델·코디·조명·촬영·편집까지, 촬영팀도 스튜디오도 없이 이 비주얼 전부를 직접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작고 빠르게 직접 짓는다'는 빌더 문화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소스 제작부터 영상 편집, 웹에 맞는 최종 산출물까지 직접 다듬었고, 필요한 기술은 동료 영상 디자이너에게 직접 물어 배워가면서요. 전략과 컨셉, 카피, 비주얼, 영상까지 한 사람이 직군의 경계를 넘나들 때, 역설적으로 의도가 흐트러지지 않고 한 방향으로 모이더라고요.
나아가 이 홈페이지를 만든 방식 자체가, 당근이 말하려던 빌더십이기도 했습니다. 홈페이지를 실제로 구현한 건 프로덕트 디자이너 한 명과 엔지니어 한 명이 전부였지만, 초반 구조를 짜는 단계부터 콘텐츠 한 줄 한 줄을 채우는 마지막까지 누구도 '여기까지가 내 일'이라며 선을 긋지 않았어요.
우리의 지향점과 메시지가 정확히 가닿도록 화면 구조와 인터랙션을 설계하고, 수많은 아티클과 정보가 빼곡한 채용 공고까지 방대한 콘텐츠를 기능적으로도 완성도 있게 담아내야 했거든요. 그래서 페이지 하나하나의 구조와 경험이 그만큼 중요했고, 오픈 직전까지도 끝까지 고민하고 다듬었어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각자 자기 몫을 오너십 있게 끌고 가면서도 서로 거리낌 없이 피드백을 주고받고 더 나은 길을 함께 고민한 결과였죠. 직군의 경계를 넘어 제품을 위해 뛰어드는, 우리가 말한 빌더의 모습 그대로요.
지금 당신 근처, 당근의 현장으로
당근의 새 채용 홈페이지는 끝이 아니라, 인터널 브랜딩의 시작점일 뿐입니다. '밖에서 보는 당근과 안에서 일하는 당근은 왜 이렇게 다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고민이, 이제 같은 자리에 놓인 셈이죠. 앞으로 구성원이 매일 닿는 접점들로 이 방향을 넓혀갈 거예요. 이 정의를 구성원의 실제 경험으로 만들어가는 일, 그게 우리에게 남은 진짜 과제입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특히 의미 있었던 건, 당근을 있는 그대로, 그러나 가장 낯선 문법으로 정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없는 모습을 그럴듯하게 지어내지 않아도,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투영하는 것으로도 충분했거든요. '소수정예'도 '경계 없음'도 '빌더'도, 줄곧 그렇게 일해온 당근의 문화에 이름을 붙여준 것뿐이니까요.
하지만 이름을 붙였다고 다 지어진 건 아닙니다. 당근에게 로컬은 여전히 첫 삽을 뜬 현장이거든요. 4,300만 명이 모이는 서비스를 만들어왔지만, 100m 앞 골목마다 아직 손대지 못한 개발거리가 쌓여 있어요. 우리는 그 현장에서 없던 것을 지어가는 빌더들이 모인 팀입니다.
당근이 내보인 새로운 문법에 가슴이 뛴다면, 평범한 골목에서도 풀고 싶은 문제가 보인다면, 직군의 경계를 따지기보다 제품을 위해 가장 거대한 로컬 현장으로 기꺼이 향하고 싶다면. 지금 당신 근처, 당근의 현장으로 뛰어들어 보세요.